앞 편에서 전기라는 사슬 전체를 걸으며, 돈은 고루 흐르지 않고 대체 불가능한 좁은 고리에만 남는다고 했다. 이번 편은 그 사슬에서 돈이 가장 크게 남기 시작한 한 자리로 곧장 내려간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먼 길 보내려면 전압을 높였다 낮췄다 하는 거대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변압기다. 특히 나라의 전력망을 잇는 초고압 변압기를 만드는 자리에, 지금 어느때보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병목은 낡은 전력망에 있다
이유는 두 가지가 겹쳤다. 하나는 미국의 전력망이 늙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에 깔린 변압기들이 수명을 다해 가는데, 마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며 전기 수요가 치솟았다. 낡은 것은 갈아야 하고 새것은 더 지어야 하는데, 초고압 변압기는 아무나 몇 달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765kV(초고압 송전 전압 규격)짜리 초고압 변압기는 무게가 수백 톤에 이른다. 특수 운송차량이 있어야 겨우 옮긴다. 기름 속에서 수십만 볼트를 견디는 절연(전기가 새어 나가지 않게 막는 일)과 소음·효율이 극한의 기술이라, 오래 숙련된 회사와 사람이 아니면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주문하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지독한 병목이다. 주문하고 몇 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요즘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잠깐 생각해 보았는데, 얼른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 병목이 숫자로는 어떻게 찍히는지 보자. 발전소용 대형 변압기의 납기는 2021년만 해도 1년이면 됐는데, 2026년 초에는 160주, 곧 3년을 넘겼고 대용량은 4년까지 밀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우드매켄지는 2025년 미국의 파워 변압기 공급이 수요의 70%에 그친다고 봤다. 셋 중 하나는 아예 물건이 없다는 뜻이다. 그사이 미국 최대 전력망의 여름 최대 수요는 166기가와트로 사상 최고를 갈아치웠다. 2030년이면 미국 데이터센터가 먹는 전기만 110기가와트, 큰 원자력발전소 백 기를 넘게 돌려야 댈 양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건은 모자라고 수요는 치솟으니, 미국 전력회사들이 웃돈에 선불금까지 얹어 변압기를 확보하려 줄을 선다.
그 병목 앞에 한국의 세 회사가 서 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오랫동안 이들은 전력회사가 부르는 값에 맞춰 납품하는 조연이었다. 그런데 변압기가 품귀가 되자, 관계가 뒤집혔다. 이제는 만드는 쪽이 값을 부른다.
| 전력기기 3사 | 현황 |
|---|---|
| HD현대일렉트릭 | 앨라배마 몽고메리 제2공장 증설 착공(변압기 연 105대에서 150대로), 5년치 일감 확보 |
| 효성중공업 | 미국 멤피스에 초고압 변압기 공장(현지 유일 765kV급) |
| LS일렉트릭 | 미국 유틸리티向 4,598억 |
※ 3사 합산 수주잔고(아직 채우지 못한 주문의 총량)는 2026년 1분기 약 32조 원, 이후 35조 원을 넘어섰다.
그 힘은 실적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이번엔 각 회사가 그 자리에서 무엇으로 사는지, 사슬의 어느 고리에 붙어 값을 부르는지를 한 줄씩 함께 적어 본다.
| 회사 | 무엇으로 사는가 | 매출 | 영업이익 | 이익률 | 순이익 |
|---|---|---|---|---|---|
| HD현대일렉트릭 | 초고압 변압기 순도가 가장 높다, 미국 수주에 집중 | 4조 795억 | 9,953억 | 24.4% | 7,318억 |
| 효성중공업 | 미국 초고압 변압기 수출 1위, 멤피스 765kV급 공장 | 5조 9,685억 | 7,470억 | 12.5% | 5,028억 |
| LS일렉트릭 | 저압기기(가정·사무실에서 쓰는 낮은 전압용 전기기기)·공장 자동화가 큰 몸집, 초고압은 열위 | 4조 9,658억 | 4,264억 | 8.6% | 2,843억 |
※ FY2025 연결 기준(DART). 이익률 = 영업이익 ÷ 매출.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의 상당 부분이 초고압 변압기 계열이라 마진이 가장 두껍고, 효성중공업은 건설이, LS일렉트릭은 저압기기·공장 자동화가 함께 잡혀 마진이 낮아 보인다.
재미있는 건 같은 전력기기 3사인데도 남기는 이익률이 24%에서 8%까지 벌어진다는 점이다. 세 회사의 ‘무엇으로 사는가’ 한 줄이 그 차이를 그대로 설명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라는 좁고 진한 고리에 순도 높게 붙어 있고, LS일렉트릭은 저압기기와 공장 자동화라는 넓은 고리까지 몸에 두르고 있다. 같은 슈퍼사이클(여러 해 이어지는 큰 호황)을 타도, 병목의 한복판인 초고압 변압기에 순도 높게 붙어 있을수록 이익이 더 진하게 남는다. 앞서 반도체에서 값이 가장 좁은 고리(본딩)에 남았듯, 전력에서도 값은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고리, 초고압 변압기 쪽으로 몰린다.
그런데 이 병목 앞에 선 것이 3사만은 아니다. 그 뒤로는 변압기와 전력기기를 만드는 더 작은 회사들이 층층이 붙어 있다. 누구는 초고압 변압기 하나만 파고들었고, 누구는 전선이나 배전기기(가정·공장으로 전기를 나눠 보내는 배전 단계의 장비) 쪽에 서 있다. 이들을 2025년 성적표에 이익률 순으로 나란히 놓으면, 3사에서 본 사다리가 생태계 전체로 한 번 더 펼쳐진다.
| 회사 | 무엇으로 사는가 | 매출 | 영업이익 | 이익률 | 순이익 |
|---|---|---|---|---|---|
| 산일전기 | 초고압 변압기 전업, 미국 데이터센터向 수출로 순도가 가장 높다 | 5,019억 | 1,786억 | 35.6% | 1,489억 |
| 제룡전기 | 154kV급 초고압 변압기 특화, 미국 수출로 마진이 급등했다 | 2,240억 | 670억 | 29.9% | 587억 |
| 비츠로테크 | 개폐기(전기를 끊고 잇는 장치)·배전기기 니치, 방산·발사체 부품도 겸한다 | 4,323억 | 557억 | 12.9% | 427억 |
| 일진전기 | 전선과 변압기를 겸업, 전선 비중이 마진을 눌렀다 | 2조 446억 | 1,512억 | 7.4% | 1,039억 |
| 대한전선 | 초고압 전력케이블 국내 1위권, 구리 원가로 버티는 넓은 고리 | 3조 6,360억 | 1,286억 | 3.5% | 899억 |
※ FY2025 기준(DART). 산일전기·제룡전기는 초고압 변압기에 순수하게 붙은 전업사, 대한전선·일진전기는 전선 비중이 크다. 제룡전기는 별도, 나머지는 연결. 비츠로테크 매출엔 방산·배전기기가 함께 잡힌다.
표는 위에서 아래로 그대로 포지셔닝의 사다리다. 맨 위 산일전기와 제룡전기는 초고압 변압기 하나만 파고든 회사들인데, 매출이 3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면서 이익률은 각각 30~36%에 이르러 3사의 맏형 HD현대일렉트릭(24.4%)마저 앞선다. 경쟁력 초고압 제품의 순도가 곧 마진이다.
반대로 맨 아래 대한국전력공사선과 일진전기는 매출이 조 단위로 큰데도 이익률이 3~7%에 그친다. 전선은 구리를 사다가 뽑아 파는, 원가가 값을 정하는 넓은 고리이기 때문이다. 같은 전력 슈퍼사이클 아래 서 있어도, 초고압 변압기라는 좁은 고리에 순수하게 붙은 회사와 전선이라는 원가 고리에 선 회사의 이익률은 열 배로 갈린다. 3사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초고압에 얼마나 순수하게 붙어 있느냐가, 회사의 이익이 8%와 24% 사이 어디에 놓일지를 정한다.
그런데 이 변압기 회사들이 다 같이 기대는, 기존 사다리보다 한 층 더 아래의 좁은 고리가 하나 있다. 변압기의 심장인 철심을 만드는 소재, 방향성 전기강판이다. 전기가 드나들 때 에너지를 덜 잃도록 쇳덩이의 결정 방향을 한 줄로 세운 특수 강판인데, 만드는 데 남다른 기술과 수십 년의 노하우가 필요해 세계에서 몇 곳만 만든다. 한국의 포스코, 일본의 닛폰스틸과 JFE가 그 몇 곳이다. 변압기가 품귀가 되니 그 철심 재료도 덩달아 품귀가 됐고, 실제로 JFE의 전기강판은 미국 데이터센터용 변압기에 골라 넣는 재료로 채택됐다. 반도체에서 칩이 아니라 그 칩을 굽는 소재와 장비에 돈이 남았듯, 전력에서도 변압기 한 겹 아래 전기강판이라는 더 좁은 고리에 돈이 남고, 그 자리에 포스코가 앉아 있다. 좁은 고리 안에는, 늘 더 좁은 고리가 있다.
값이 만드는 쪽으로 옮겨간 순간
이 사슬의 이야기는, 앞서 본 것들과 방향이 반대다. 화장품에서는 만드는 손(공장)이 값을 잃고 파는 쪽(브랜드)이 값을 쥐었다. 그런데 전력망에서는 정반대다. 만드는 손이 워낙 귀해지자, 값을 부르는 힘이 사는 쪽(미국 전력회사)에서 만드는 쪽(변압기 회사)으로 넘어갔다. 오래 ‘을’이던 한국의 전력기기 회사들이, 세계 최강대국의 전력망 앞에서 ‘갑’이 된 것이다. 3사가 손에 쥔 일감이 32조 원을 넘고, 미국 땅에 직접 공장까지 짓고 있다.
이게 얼마나 뜻밖의 일인지는, 이들이 상대하는 쪽을 봐야 안다. 세계 변압기 시장의 주인은 오래도록 스위스의 히타치에너지(ABB의 전력사업을 통째로 사들인 세계 1위)와 독일 지멘스에너지, 미국 GE버노바, 일본 미쓰비시파워 같은 거인들이었다. 그런데 이 거인들조차 갑자기 불어난 주문을 다 받아 내지 못하자, 그 틈으로 한국의 세 회사가 미국 전력망 안까지 갑이 되어 들어섰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미국 초고압 변압기 수출에서 1위에 올랐고, 멤피스에는 현지에서 유일하게 765kV급을 만드는 공장을 세웠다. 남의 나라 심장부에서, 그 나라와 유럽·일본의 거인들을 제치고 값을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역전을 숫자로 재 보면 이렇다. GE버노바와 지멘스에너지, 히타치에너지 이 3강이 아직 미국 변압기 시장의 60%를 쥐고 있다. 그런데 이 거인들은 덩치부터 다르다. 세계 변압기 시장에서 히타치에너지가 16%, 지멘스에너지가 12%, GE버노바가 8%를 쥐는데, GE버노바 한 곳의 매출만 약 55조 원으로 한국 변압기 3사를 다 합친 15조 원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
한국 3사는 그 덩치의 몇 분의 일밖에 안 되는 몸으로, 미국이라는 한 시장에서 이 거인들의 몫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성 안으로 한국 3사가 들고 들어간 일감이 만만치 않다. 2024년 말엔 손에 쥔 수주잔고가 효성중공업 11조 9천억 원, HD현대일렉트릭 약 9조 9천억 원, LS일렉트릭 5조 원으로 셋을 합쳐 27조 원에 육박했다. 그것이 1년 남짓 만에 32조 원을 넘어 35조 원까지 불어났다. 효성중공업이 2026년 초에 따낸 765kV 초고압 변압기 단일 계약 하나만 7,870억 원으로, 한국 전력기기 수출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미국 변압기 시장 자체가 2024년 122억 달러에서 10년 뒤 257억 달러로 두 배가 되는 길목이라, 거인들도 이 방어전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여기서 3부의 명제가 한 번 더 확인된다. 돈은 사슬에서 가장 좁은 고리, 아무나 대신할 수 없는 고리에 남는다. 인공지능이 돈을 남게 된 자리는 반도체의 조립 공정만이 아니었다. 그 반도체를 먹여 살릴 전기의 길목, 초고압 변압기라는 낡고 거대한 부품에도 돈은 똑같이 남았다. 반도체 다음은 전력이라는 말이, 사슬의 언어로는 이렇게 읽힌다.
그런데 여기엔 앞 편 메모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대목이 하나 있다. 메모리의 호황은 순수한 날씨였다. 값이 아무리 치솟아도, 경쟁사가 새 공장을 지어 물건을 쏟아내면 몇 분기 만에 이익이 꺾인다. 그런데 변압기는 다르다. 값이 아무리 뛰어도, 새 변압기 공장을 짓고 수백 톤짜리 설비를 다룰 숙련공을 키우는 데만 몇 년이 걸린다. 즉 이 갑의 지위는 날씨(수요)가 만들되, 느린 증설이 지켜 준다. 손님이 아무리 급해도 공급을 빨리 늘릴 수 없으니, 한 번 넘어온 값 부르는 힘이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날씨가 만든 갑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는 결국 그 물건을 얼마나 빨리 더 만들 수 있느냐가 정하는데, 변압기는 그 ‘빨리’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물건 축에 든다. 메모리의 봄이 몇 분기짜리라면, 변압기의 봄은 몇 년짜리다.
변압기만이 아니다 - 가스터빈과 해저케이블
그런데 미국의 전력난 앞에서 갑이 된 한국 회사가 변압기 3사만은 아니다. 전기를 실어 나르는 변압기가 그랬듯, 전기를 만드는 설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주인공이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어떤 회사인지부터 짚고 가자. 이 회사는 발전소의 심장 설비를 두루 만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발전설비 종합기업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같은 주기기, 석탄·가스 발전소의 보일러와 증기터빈, 그리고 곧 볼 가스터빈까지 전기를 만드는 거대한 쇳덩이의 대부분이 이 회사 손을 거친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의 주기기를 공급했고, 국내 신형 원전도 이 회사가 짓는다. 한때 탈원전 정책과 무리한 그룹 인수로 재무 위기에 몰렸다가, 원전의 부활과 새 먹거리 하나로 되살아났는데, 그 새 먹거리가 바로 가스터빈이다.
여기서 무대는 가스터빈이다. 공기를 압축해 연료와 함께 태운 고온·고압 가스로 거대한 바람개비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심장 같은 설비다. 비행기 제트엔진을 지상에 눕혀 발전용으로 키운 것에 가깝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당장 24시간 전기를 원하는데 원전은 짓는 데 십 년이 걸리니, 몇 해면 세울 수 있는 LNG 가스터빈 발전소가 그 급한 불을 끄는 현실적 답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가스터빈에도 변압기와 똑같은 슈퍼사이클이 왔다. 세계 1위 GE버노바의 주문 잔고가 1년 사이 62기가와트에서 100기가와트로 불어날 만큼이다.
문제는 이 물건을 만들 줄 아는 회사가 세계에 다섯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GE버노바,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 이탈리아 안살도, 그리고 한국의 두산. 섭씨 1500도의 화염을 견디는 초내열 합금과 냉각 기술이 극도로 어려워, 두산은 2019년에야 다섯 번째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데 마침 그 문턱을 넘자마자 슈퍼사이클이 왔다. 두산은 2025년 하반기 미국에 대형 가스터빈 5기를 처음 수주한 데 이어, 2026년 초 미국 빅테크에 380메가와트급 7기를 추가로 따내며 미국향으로만 12기를 확보했다.
업계는 이제 두산이 세 거인에 이어 가스터빈 글로벌 빅4에 드는 것을 목전에 뒀다고 본다. 2019년 첫 공급 이후 7년 만에 두산의 가스터빈 누적 수주는 23기에 이르렀고, 2038년까지 105기라는 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발전설비를 두루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2025년 매출은 17조 원을 넘는다.
변압기가 그랬듯, 이 회사들이 버는 돈도 쉽게 줄지 않는다. 가스터빈은 한 기당 수천억 원짜리인 데다, 한번 팔면 그 뒤 30년 동안 뜨거운 부품을 갈아 끼우는 정비 매출이 본체 값의 두세 배까지 따라붙는다. 파는 순간 30년짜리 구독이 시작되는 셈이다(그 정비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한다).
바다 밑에도 같은 이야기가 흐른다. 앞의 생태계 표에서 대한전선 같은 전선 회사가 이익률 3%대에 머무는 걸 봤는데, 그 전선 중에도 좁고 진한 고리가 하나 있다. 해상풍력단지와 섬과 대륙을 잇는 초고압 해저케이블이다. 수압과 부식을 견디며 수백 킬로미터를 한 가닥으로 잇는 이 케이블은 세계에서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덴마크 NKT, 그리고 한국의 LS전선 정도만 만든다. 인공지능과 해상풍력이 송전망을 넓히자 이 케이블도 품귀가 됐고, LS전선은 아예 미국 버지니아에 약 1조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에 투자한 첫 한국 기업이기도 하다. 변압기 3사가 미국 땅에 변압기 공장을 세웠듯, 케이블에서도 한국은 남의 나라 바다 밑을 잇는 자리로 들어서고 있다.
| 회사 | 무엇으로 사는가 | 매출 |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
| 두산에너빌리티 | 발전설비 종합(원전 주기기·가스터빈·터빈), 미국 가스터빈 12기로 반등 | 17조 579억 | 7,627억 | 4.5% |
| LS전선 | 전선 종합, 초고압 해저케이블로 미국·유럽 진출 | 7조 5,882억 | 2,798억 | 3.7% |
※ FY2025 연결 기준(DART). 두 회사 모두 발전설비·전선을 두루 하는 종합기업이라 전체 이익률은 낮다. 값이 많이 남는 건 회사 전체가 아니라 그중 좁은 고리 - 두산은 세계 다섯 곳뿐인 가스터빈, LS전선은 세계 네 곳뿐인 해저케이블이고, 지금 미국發 수주가 그 좁은 고리로 몰리는 중이다.
전기를 실어 나르는 변압기와 해저케이블에서도, 그것을 만드는 가스터빈에서도, 한국은 미국의 전력난이 열어 준 같은 문으로 나란히 갑이 되어 들어서고 있다.
호황은 봉투에 먼저 닿는다
| 회사 | 직원수 | 평균 연봉 | 평균 근속 | 1인당 매출 | 1인당 영업이익 |
|---|---|---|---|---|---|
| HD현대일렉트릭 | 2,209명 | 1억 3,100만원 | 6.4년 | 약 18.5억원 | 약 4.5억원 |
| 효성중공업 | 3,567명 | 약 8,670만원 | 13.1년 | 약 16.7억원 | 약 2.1억원 |
| LS일렉트릭 | 3,482명 | 약 9,530만원 | 16.0년 | 약 14.3억원 | 약 1.2억원 |
| 산일전기 | 333명 | 약 6,980만원 | 4.8년 | 약 15.1억원 | 약 5.4억원 |
| 제룡전기 | 190명 | 약 8,140만원 | 7.8년 | 약 11.8억원 | 약 3.5억원 |
| 비츠로테크 | 20명 | 약 8,200만원 | 9.6년 | - | - |
| 일진전기 | 1,091명 | 약 5,920만원 | 8.4년 | 약 18.7억원 | 약 1.4억원 |
| 대한전선 | 1,382명 | 약 7,330만원 | 9.5년 | 약 26.3억원 | 약 0.9억원 |
| 두산에너빌리티 | 6,233명 | 약 1억 50만원 | 13.4년 | 약 27.4억원 | 약 1.2억원 |
| LS전선 | 2,210명 | 약 8,620만원 | 10.6년 | 약 34.3억원 | 약 1.3억원 |
※ FY2025 공시 기준. 1인당 값은 연결 실적을 본사 인원수로 나눈 어림값. HD현대일렉트릭 연봉은 호황 성과급이 반영된 수치이고, 근속이 짧은 것은 2017년 분사 때문이다. 효성중공업 매출에는 건설부문이 포함돼 있다. 아래 다섯 곳은 앞의 생태계 표와 목록을 맞춘 것으로, 제룡전기는 별도·나머지는 연결 실적 기준이다. 비츠로테크는 지주회사 체제라 본사(지주) 인원만 잡혀 1인당 값은 내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LS전선은 발전설비·전선 종합기업이라 매출이 커 1인당 매출도 높게 잡히는데, 이익이 많이 남는 건 회사 전체가 아니라 가스터빈·해저케이블이라는 좁은 고리다.
을이 갑이 된 해의 숫자들이다. HD현대일렉트릭 직원 한 사람이 한 해 4억 5천만 원의 영업이익을 만들었고, 평균 연봉은 1억 3천만 원을 넘겨 현대자동차를 앞질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변압기 회사의 월급이 자동차 회사를 넘어서는 날이 오리라고 몇 해 전의 누가 상상했을까.
앞 장의 한미반도체에서 돈은 회사에 남고 월급봉투는 그 옆을 비껴갔는데, 여기서는 순서가 다르다. 슈퍼사이클은 회사보다 먼저 월급봉투에 도착한다. 다만 16년을 머문 LS일렉트릭의 수수한 숫자와 6.4년짜리 회사의 뜨거운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호황이란 결국 순서를 바꿔 가며 찾아오는 손님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표 아래쪽으로 눈을 내리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이익률로는 3사의 맏형마저 앞선 산일전기와 제룡전기인데, 그 집 사람들의 평균 연봉은 아직 7천만~8천만 원 언저리에서, HD현대일렉트릭의 1억 3천만 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돈이 회사에 남는 일과 그 이익이 월급봉투에 닿는 일 사이에는, 역시 얼마간의 시차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발전소라는 곳을 들여다보면, 세우는 일과 굴리는 일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변압기를 깔고 발전소를 짓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거대한 설비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 하는 건, 또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다음 여행은, 그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