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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 저니 · 2026-07-18

[밸류체인 저니-1] 식탁의 사슬 (곡물 - 에탄올 - 술, 연료, 설탕, 화학제품)

대한민국 밸류체인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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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을 먹으며 소주를 몇 잔 마셨다. 오늘 아침, 식탁에 그대로 남아 있던 초록색 병을 치우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병을 불빛에 비춰 보았다. 바닥에 조금 남은, 완전히 투명한 액체.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넘겼던 것이 아침의 눈에는 조금 낯설었다. 이 투명함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지금까지 나는 회사를 하나씩 봤다. 이제부터는 사슬을 본다. 같은 회사들을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이번엔 그들이 파는 물건을 손에 쥐고 그것이 태어난 자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슬은 물길과 닮았다. 물이 어디서나 고이지는 않듯, 돈도 사슬의 아무 자리에나 남지 않는다. 첫 여행은 가장 가까운 데서, 그러니까 간밤의 이 소주병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소주는 결국 물과 알코올이다. 그 알코올을 업계에서는 주정이라 부른다. 우리가 앞서 본 하이트진로가 파는 참이슬 한 병의 몸통이, 바로 이 주정이다. 그러니 소주라는 물건을 손에 쥐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곧장 주정이라는 정거장이 나온다.

첫 번째 정거장 - 주정

주정이라는 말부터 짚고 가자. 주정은 곧 식용 에탄올, 그러니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술의 알코올이다. 에탄올은 크게 둘로 갈린다. 마시는 식용(주정)과, 마실 수 없는 공업용이다. 페인트와 소독제와 화학 원료로 쓰이는 그 공업용 에탄올을, 국내에서는 오래도록 한 회사가 사실상 홀로 만들어 왔다. 앞서 문이 열려 있는 벽으로 자세히 살펴본 한국알콜이다. 그런데 같은 회사가 이 식용 주정 쪽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알콜은 공업용 에탄올에서는 독점이고, 식용 주정에서는 아홉 회사가 나눠 가진 과점의 한 자리다. 같은 회사가 사슬의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독점도 되고 과점도 된다.

그 아홉 회사가 국내 주정을 전부 만든다. 원래는 열 곳이었는데, 2016년 하이트진로에탄올이 창해에탄올에 넘어가면서 아홉이 됐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고, 지역마다 소주 회사가 있어 그 근처의 주정을 받아 간다. 상장된 다섯 곳의 살림을 늘어놓아 본다.

주정 회사매출영업이익순이익직원수평균 연봉근속
한국알콜4,239억318억378억180명7,288만원10.8년
풍국주정1,635억168억134억49명5,778만원11.3년
창해에탄올1,223억159억131억61명9,608만원14.4년
진로발효998억140억125억56명6,881만원8.2년
MH에탄올947억95억-118억55명8,352만원—

※ FY2025 회사 전체 기준, 상장된 5사만 실었다. 비상장인 서영주정(매출 535억)·서안주정(339억)·일산실업(비공시)과, 음료 대기업이라 성격이 다른 롯데칠성음료는 제외했다. 한국알콜 매출엔 공업용 에탄올·용제가 함께 잡히고, MH에탄올의 순손실은 영업외 손실 탓이다.

표를 보면 뜻밖의 사실이 하나 드러난다. 값을 스스로 못 부르는데도, 이 주정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대체로 두 자릿수로 제법 탄탄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정의 값을 정해 주니, 크게 벌지는 못해도 안정적으로 남는다. 대신 덩치가 자라지 않아, 대부분 매출 1,000억 안팎에 직원이 쉰 명 남짓한 지역 강소기업으로 남았다. 유독 한국알콜만 4,000억을 넘기는데, 그 덩치는 주정이 아니라 값을 스스로 부를 수 있는 공업용 에탄올을 독점한 데서 나온다. 같은 회사가 식용 주정에서는 값을 못 부르나 돈을 남기고, 공업용에서는 값을 부를 수 있으나 돈을 크게 남기지 못한다. 몇 년 전에는 주정 회사 한 곳인 풍국주정이 공업용 에탄올 제조 면허까지 얻어, 오래 한국알콜이 홀로 쥐던 그 벽에도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아홉 회사가 만든 주정은, 소주 회사로 곧장 가지 못한다. 반드시 대한주정판매라는 단 하나의 창구를 거쳐야 한다. 국세청의 입김 아래 주정 유통을 하나로 묶으려고 세운 카르텔 회사다. 아홉 곳이 만든 주정이 전부 이곳으로 모였다가, 여기서 소주 회사들에게 배분된다. 재미있는 건 그 배분 방식이다. 대한주정판매는 물류비를 아끼려고, 소주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주정 회사의 정제주정을 실어 보낸다. 어느 주정이든 다 만들어 놓으면 물리적으로 거의 같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 대가로 이 창구는 통행세를 뗀다. 다만 최근에는 소주 회사가 필요한 주정의 일부를 자기가 원하는 주정 회사에서 직접 사 올 수 있는 직거래의 길도 열렸다. 오래 잠겨 있던 단일 창구에 작은 곁문이 하나 난 셈이다.

그런데 값도 못 부르고 단일 창구에 넘기는 이 회사들이, 정작 물건만큼은 법이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훌쩍 넘겨 만든다. 이들이 내놓는 정제주정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순수 에탄올에 가까운 물건이다. 소주를 마시며 ‘알코올을 물에 탄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그 느낌이 옳다. 위스키나 증류식 소주가 발효와 숙성의 찌꺼기에서 향과 질감을 얻는 것과 달리, 희석식 소주의 주정은 그 찌꺼기를 거의 다 걷어 낸 것이라 풍미가 옅다. 대신 그 찌꺼기 속에 섞이곤 하는 유해 성분에 대한 노출도 그만큼 적다. 밍밍함과 안전함은, 같은 순도의 앞뒷면인 셈이다.

두 번째 정거장 - 옥수수와 사탕수수

주정이라는 알코올은 또 어디서 왔을까. 곡물이나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든다. 국내 식용 주정은 대략 두 계통이 반반이다. 하나는 국내에서 직접 발효시킨 발효주정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조주정을 들여와 다시 증류한 정제주정이다.

먼저 국내 발효주정. 여기엔 그럴듯한 명분이 하나 붙어 있다. 정부가 창고에 오래 쌓아 둔 비축미, 그러니까 묵은쌀을 주정 원료로 사 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해 정부가 주정용으로 푼 비축미가 7만 톤을 넘었고, 그 값은 군납용 쌀의 7분의 1도 안 된다(40킬로그램에 1만 4천 원 남짓). 남아도는 쌀을 술로 돌려 재고를 줄이고, 그 대가로 주정업은 국가 면허를 유지할 명분을 얻는다. 다만 국산 쌀만으로는 모자라, 발효 원료의 상당 부분은 중국, 태국 등지에서 들여온 타피오카 칩으로 채운다.

다른 절반인 조주정은, 대부분 브라질과 파키스탄의 사탕수수에서 온다. 여기서 왜 하필 사탕수수냐가 중요하다. 세계에서 연료용 에탄올을 가장 많이 만드는 두 원료는 미국의 옥수수와 브라질의 사탕수수인데, 미국 옥수수는 거의 다 유전자변형(GMO) 품종이라 식용으로는 쓰기 어렵다. 사탕수수는 상업 재배되는 GMO 품종이 사실상 없어, 따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non-GMO다. 그래서 마시는 술이 되는 조주정은 사탕수수 쪽에서 오고, 옥수수 에탄올은 식용이 아니라 공업용과 연료로 흐른다.

재미있는 건, 브라질이나 미국이나 이 에탄올을 애초에 마시라고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휘발유에 섞는 연료용이다. 그런데 한국이 식용으로 사 가는 양이 제법 되니, 브라질 쪽에서는 정제탑을 한 번 더 통과시켜 식용 품질로 끌어올린 물건을 ‘한국향’으로 따로 실어 보낸다. 조주정의 국내 수입 순도 기준이 95%라, 딱 그 선에 맞춰 온다. 사실 에탄올은 물과 섞이면 화학적 성질 탓에 아무리 증류해도 96%쯤에서 순도가 더 오르지 않는다(공비점이라 부른다). 연료로 쓰려면 이 마지막 물기까지 없애 99%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는 증류가 아니라 몰레큘러 시브라는, 분자 크기로 물만 걸러 내는 체를 쓴다. 그리고 어느 원료로 만들었든, 다 정제하고 나면 에탄올은 물리적으로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옥수수 에탄올이 연료로 흐르는 데는 더 큰 그림이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휘발유에 에탄올을 10% 안팎 섞어 쓴다. 명분은 탄소 저감이지만, 옥수수를 심고 비료를 주고 실어 나르는 전 과정을 따지면 실제 저감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논란이 늘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이 정책이 굳건한 건, 연료가 곧 국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쓰는 기름의 10~15%를 자국 농가가 기른 곡물로 채우면, 그만큼 남의 나라 유전에 덜 기대게 된다. 자국 농민의 지갑을 채우면서 에너지 안보까지 얻는 정책을, 마다할 나라는 없다. 한국도 이 블렌딩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섞을 에탄올을 어차피 전부 수입해야 하니 경제성이 없었고, 정유업계의 힘도 만만치 않아 접었다.

그리고 값. 원자재가 대개 그렇듯, 대량으로 심고 대량으로 실어 나르는 쪽이 이긴다. 미국 옥수수 에탄올은 그 규모의 힘으로, 브라질 사탕수수 에탄올보다 꾸준히 싸다.

에탄올브라질 사탕수수미국 옥수수
톤당 수출가약 700~740달러약 560~610달러
갤런당약 2.1~2.2달러약 1.7~1.8달러
GMO·식용non-GMO (식용 가능)대부분 GMO (식용 불가)
한국 수입 용도식용 주정(조주정)공업용·연료

※ 2025년 스팟 시세 기준. 브라질 무수에탄올 FOB 산투스 약 704~743달러/톤, 미국 옥수수 에탄올 FOB 걸프·미드웨스트 약 560~610달러/톤. 시황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2025년 기준 미국산이 톤당 100~200달러가량 쌌고, 그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졌다. 다만 이 값은 고정된 게 아니라, 어느 해 브라질에 가뭄이 들거나 미국에 홍수가 나면 순식간에 좁혀지거나 뒤집힌다. 그 출렁임을 노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만으로 먹고사는 트레이딩 시장이, 이 에탄올 뒤에 따로 있을 정도다. 우리가 무심코 넘긴 소주 한 잔은, 지구 반대편의 밭과 정제탑과 트레이더의 계산을 거쳐 여기까지 온 셈이다.

그리고 이 곡물이라는 정거장에서, 사슬은 갑자기 여러 갈래로 폭발한다.

하나의 원료(곡물·사탕수수)가 갈라지는 곳
발효 → 에탄올(주정) → 소주·위스키 같은 술. 찌거기는 DDGS 소 사료
발효 → 에탄올 → 가솔린에 섞는 자동차 연료. 또는 에틸기를 이용한 화학원료
가공 → 전분당(과당·물엿) → 음료수와 과자의 단맛
중합 → 바이오 케미컬 → 친환경을 내세운 PLA 플라스틱 등 화학 소재 또는 SAF 항공유

같은 옥수수 한 알이, 누군가의 저녁 소주가 되고, 누군가의 자동차 기름이 되고, 앞서 본 담합의 주인공이던 그 음료 속 단맛이 되고, 심지어 플라스틱이 된다. 에탄올이라는 물질 하나가 술과 에너지와 화학을 잇는 경첩처럼 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각각 다른 진열대에서 만나는 물건들이, 사슬을 거슬러 오르면 한 밭에서 갈라져 나왔다. 간밤에 내가 비운 잔과 오늘 낮에 마신 음료수의 단맛이 어쩌면 같은 밭의 형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갈림길에 선 회사들은, 앞서 ‘곡물 마피아’라 불렀던 그 거대한 곡물 상인들과 깊이 얽혀 있다. 공장마다 주인은 제각각이지만, 곡물을 손에 쥔 자가 그 곡물로 빚는 에탄올에까지 발을 걸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 공장들은 에탄올만 팔지 않는다. 사탕수수 공장은 같은 줄기에서 설탕을 함께 뽑아, 설탕값이 좋으면 설탕을 더 만들고 에탄올값이 좋으면 에탄올을 더 만드는 식으로 그때그때 비율을 옮긴다. 옥수수 공장은 에탄올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DDGS라는 사료로 만들어 판다. 그러니 곡물 한 알에서 사람의 식량과 가축의 사료와 자동차의 연료가 한꺼번에 나온다. 식량·사료·에너지, 이 세 갈래가 결국 한 밭에서 갈라지는 것이다.

갈래는 여기서 더 뻗는다. 한때는 이 곡물에서 젖산을 뽑아 플라스틱(PLA)을 만드는 기술이 각광받았고, 요즘 가장 뜨거운 건 에탄올을 다시 화학적으로 쪼개 비행기 연료로 바꾸는 도전이다. 항공유는 배터리로 대체하기가 가장 어려운 연료라, 하늘의 탄소를 줄이려면 이렇게 곡물에서 온 지속가능항공유(SAF)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한국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급유하는 국제선에 SAF를 1%씩 섞도록 의무화한다.

이런 바이오연료의 큰 축은 둘인데, 하나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바이오에탄올이고 다른 하나가 재생 디젤이다. 그리고 재생 디젤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한국은 휘발유에 에탄올을 섞는 건 접었지만, 경유에는 2015년부터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섞어 왔다. 그 비율은 지금 4%, 2030년이면 5%로 오른다. 디젤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콩기름과 폐식용유에서 온 연료를 자기도 모르게 이미 태우고 있는 셈이다.

돈은 어디에 남는가

3부의 여행에서 나는 매번 같은 것을 확인하려 한다. 이 긴 사슬에서 가격을 부르는 힘, 그러니까 돈이 남는 자리가 어디냐는 것이다. 그런데 식탁의 사슬은 그 답이 유난히 흐릿하다. 돈이 어느 한 고리에 남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곡물돈은 미국의 날씨와 중국의 수요가 정하고, 주정돈은 우리 국세청이 정하고, 전분당과 설탕돈은 앞서 본 담합이 인위적으로 밀어 올렸다. 어느 누구도 이 사슬 전체를 쥐지 못한다. 그래서 이 원료들을 다루는 곡물·식품 회사들은, 세계를 먹여 살리는 거대한 일을 하면서도 좀처럼 큰돈을 벌지 못한다. 돈을 부르는 힘이, 사슬 어디에도 뭉치지 않고 새어 나가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면 이 흩어짐이 분명해진다. 이 식탁의 사슬에는 세 개의 자리가 있다. 브랜드를 쥔 주류, 정부가 값을 정해 주는 주정, 그리고 곡물과 설탕이라는 원료를 다루는 식품. 그 세 자리의 대표 회사를 나란히 놓아 본다.

구분회사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주류하이트진로2조 5,000억1,723억411억
주정·화학한국알콜+케이씨엔에이1조 113억411억약 485억
식품CJ제일제당7조 2,811억1,856억-5,896억
식품대한제분4,566억373억-459억
식품삼양사1조 8,971억657억-3,183억
식품대상4조 4,013억1,693억-3,031억

※ 2025년 기준. 자료는 각 사 공시.

표를 세로로 훑으면 사슬의 세 자리가 확연히 갈린다. 맨 아래 식품 회사들은 매출이 조 단위에 이르는데도 영업이익률이 2~4%에 그치고(규모가 작은 대한제분만 8%대로 예외다), 2025년엔 넷 다 대규모 순손실을 냈다. 영업에서는 그럭저럭 남겼는데, 이전에 다뤄본 담합과징금을 삼켜 버린 탓이다.

반면 위쪽의 주류와 주정은 나란히 흑자다. 같은 식탁의 사슬 안에서도, 브랜드를 쥐거나 정부가 값을 정해 주는 자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거래소나 신용평가사가 30% 넘는 마진을 안정적으로 챙기던 것과 견주면, 이 사슬 전체가 값을 부르는 힘에서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가 드러난다.

구분회사직원수평균 연봉평균 근속1인당 매출1인당 영업이익
주류하이트진로2,935명1억 2,400만원18.3년약 8.5억원약 5,900만원
주정·화학한국알콜+ 케이씨엔에이237명약 7,650만원약 11년약 42.7억원약 1.7억원
식품CJ제일제당8,232명8,411만원9.3년약 8.9억원약 2,300만원
식품대한제분404명8,440만원13.3년약 11.3억원약 9,200만원
식품삼양사1,257명8,620만원13.3년약 15.1억원약 5,200만원
식품대상5,106명6,823만원12.2년약 8.6억원약 3,300만원

※ 2025년. 하이트진로·대상은 연결, CJ제일제당·대한제분·삼양사는 물류·포장 등 비식품 자회사를 뺀 별도 기준이다. 한국알콜은 그룹의 용제 무역을 맡는 관계사 케이씨엔에이를 합산했다(단독 매출 5,874억 원·영업이익 93억 원. 무역이라 매출은 크고 마진은 얇다). 식품 네 회사는 영업이익은 흑자였지만 순이익이 대규모 적자였는데, 자회사 손상이나 평가손실 같은 영업외 손실 탓이다. 1인당 수치는 각 사 매출·영업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어림값이다.

재미있는 건 이 사슬 안에서도 결이 좀 갈린다는 점이다. 발효로 술의 알코올을 빚는 주정 회사들은 식품 회사와 결이 같고, 공업용 에탄올과 용제까지 만드는 한국알콜은 사실 작은 정유·화학 회사에 가깝다. 그 차이가 숫자에도 배어 있다. 정부가 값을 정해 주는 주정 회사들은 규모는 작아도 영업이익률이 대체로 두 자릿수로 오히려 탄탄한데, 규모가 훨씬 큰 CJ제일제당이나 대상 같은 대형 식품사는 2~4%에 그친다. 그럼에도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셋이 엇비슷하다. 주정 회사가 5,800만~9,600만 원, 식품 회사가 6,800만~8,600만 원. 오직 브랜드를 손에 쥔 주류 회사(하이트진로)만 1억 2천만 원을 넘겨 위로 뜬다. 값을 스스로 부르지 못하는 원료의 자리에서는, 회사의 덩치가 아무리 커도 그 안의 사람에게 남는 몫이 좀처럼 두꺼워지지 않는다.

이것이 식탁의 사슬이 처음 여행에서 내게 보여 준 풍경이다. 사슬을 거슬러 올라도, 돈이 반드시 어딘가에 남는 건 아니다. 곡물처럼 대자연과 수입에 휘둘리는 사슬에서는, 돈이 물처럼 흩어져 흐른다. 아침에 치운 소주 한 병 값에서도 미국의 날씨와 국세청의 도장과 어느 회의실의 담합이 저마다 얼마씩을 가져갔을 텐데, 그 몫을 나눠 계산해 볼 방법은 내게 없다. 다만 오늘 저녁에도 그 병은 식탁 어딘가에 올라올 것이고, 나는 그 투명함이 지나온 먼 길을 이제 조금은 알고 마시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정반대의 사슬도 있다. 돈이 한 고리에, 그것도 아주 좁은 고리에 많이 남는 사슬. 다음 여행은 그 표본으로 간다. 요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건, 인공지능 반도체의 사슬을 거슬러 오르면, 돈이 남는 자리가 얼마나 좁아질 수 있는지가 보인다.

글은 서사를 맡고, 숫자는 플랫폼이 맡습니다. 이 글의 산업을 데이터로 이어서 보려면 — 원자재 밸류체인 지도 · 저평가 스크리너 · Value-chain Analy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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